사실 최근까지 SNS에 빠져있었는데 가장 큰 이유는 덕질관련 소통과 실시간 반응성이 너무 좋아서 헤어나올 수가 없었다. 블로그 글은 길게 써야하는 창작(?)의 고통이 수반되며, 그 글에 대한 반응은 초기엔 0에 수렴한다. 그래서 초반 정착하기 매우 힘들고 지쳐서 쉬다보면 멀어지는 경우가 허다하다. 수익에 대한 반응이 아닌 누군가에 대한 반응이 아예 없는 곳은 혼자 허공에 대고 열심히 말하는 의미없는 행동같이 느껴진다.
그러나 SNS는 24시간 누군가와 연결되어 있는 느낌이 있다. 심지어 키워드 검색으로 쉽게 찾아지며 좋은의미, 안좋은 의미로도 누군가의 반응이 너무 강하게 돌아오는 곳이다. 하트하나, 리트윗하나, 멘션하나 이런 식으로 반응이 오면 내 글을 누군가가 보고 있구나 누군가가 관심이 있구나 하는 그 감각이 짜릿하게 다가와 끊을 수가 없는 것이다. 밖에서보면 미련하기 짝이 없어보이는 행동인데 막상 경험해 보면 돈이 안되는 무의미한 것이어도 중독될만큼 계속하고 싶어진다.
일어나서 들여다보고 자기전에 들여다보고 그 사이사이 생각 날 때마다 들여다보고 이러면서 몸과 마음이 지치고 예민해지는 것을 느끼고 나니 어느순간 스스로 '이게 뭐하는 짓인가'하고 허탈감이 생겼다. 더 깊이 빠지면 안될 것 같았다. 그래서 바로 폰에서 앱을 지웠다. 물론 바로 안되서 공기계에는 여전히 깔려있지만 출퇴근하는 입장이니 집에 오기 전까진 들여다 볼 형편도 시간도 안되어 그냥 잠깐 확인해볼 정도만 되었다. 완전히 떨어지면 좋겠지만 덕질이라는 것이 실시간으로 쏟아지는 온갖 공식의 이야기와 '존잘님'들의 갓연성을 깡그리 포기할 순 없었다. 그러나 물리적으로 거리감을 준 것만으로도 내 삶은 이전의 생활과 근접하게 돌아왔고 생각도 점점 침착해졌으며 다시 블로그를 쓸 여유가 이제서야 생겨났다.
물론 실시간 소통과 소식을 볼 수 있다는 것, 심지어 세계 여러나라 사람들과 외국어로 소통(!)도 가능하며 번역으로 대강의 의미를 이해할 수도 있는 SNS의 장점도 있다. 그러나 그 밖에 잘못된 지식의 전파 및 확산, 타인을 향한 악의적 소통, 지적재산권의 침해, 사이버 중독 현상 등 잘못된 사용으로 인한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심지어 점점 단문형태의 글과 자극적인 어휘의 제한적 사용으로 실질적 문해력도 떨어지는 현상은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할 사회적 문제라고 생각한다.
이제 우리는 이 양날의 검같은 것을 어떻게 사용해야 할 것인가. 적어도 완전히 사용을 금지하거나 없애버린다는 극단적 방법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할 것이다. 사람들은 끊임없이 소통하는 즐거움을 알았고 이제 뗄 수 없는 삶의 일부분이 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적어도 하루 24시간의 대부분, 자신의 에너지를 모두 그 곳에만 쏟아붓는 어리석은 행동을 막을 수 있도록 적절한 사용법을 익히고 도구로서 유용하게 쓰는 훈련이 필요하다. 나에게는 그것이 앱삭제였고, 누군가에게는 타임아웃제일 수도 있고, 다른 누군가는 자신만의 통제방법이 있을 것이다. 사람들이 온라인 속 세상에서 눈을 들어 바깥을 둘러보고 숨도 고르며 현실의 사람들과도 어울릴 줄 아는 그런 조화로운 삶을 살길 바란다. 그 안의 세상이 전부인양 빠져 구분못하고 자신을 해치고 타인을 해하는 사람이 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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